[부산일보] 논설위원 임성원_응답하라, '가요의 도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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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림극장'이라는 생각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부산 출신으로 '한국 포크록의 전설'인 가수 한대수(67)의 공연 소식 때문이었다. 1974년 '물 좀 주소'와 '행복의 나라로'가 담긴 기념비적인 앨범 '멀고 먼 길'을 내면서 한국 가요계에 충격을 준 그가 데뷔 40주년이 지난 이번 크리스마스에 경주에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련하겠다는 소식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대의 대중음악박물관에서 나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 왔던 가장 이상적인 피날레"라는 것이 그의 변이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것은 와전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내년 봄 미국 뉴욕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마지막 공연 장소로 결정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3층(층당 1천㎡) 규모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올 4월 개관했다. 부산에서 사업을 일으킨 한 독지가가 시대의 아픔을 같이한 대중음악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자라나는 젊은 세대가 알았으면 하는 염원으로 세웠다고 한다. 대중가요 음반 5만여 점을 비롯하여 악보, 무대의상, 축음기 등 7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은 개관 반년 만에 정부 공인 1종 박물관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다. 소장품의 가치를 널리 인정받아 박물관이 많다는 경주에서 1945년 설립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어 두 번째로 1종 박물관의 영예를 차지했다.
대중음악박물관이 자리하기에는 경주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림극장에 이런 박물관이 들어섰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부산에서 1960년대 이후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보림극장이 부산가요박물관이 되어 과거의 추억을 헤아리면서 공연도 열리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비록 극장 외관에는 쇼와 영화를 알리는 간판이 서 있지만, 내부는 대형마트로 변해 노래 좋아하던 삼촌 이모들 따라 나훈아, 남진 쇼의 열기에 젖어들었던 옛 기억을 반추하기에는 쉽지 않은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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