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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골치 아픈 설계감리 스트레스 날려준 ‘대중가요’에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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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댓글 0건 조회Hit: 2,769 작성일 15-05-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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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희 관장. 사진 김도형 기자

유충희 관장. 사진 김도형 기자
[짬] 경주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연 유충희 관장
오디오나 음반 수집가들의 꿈은 대개 비슷하다. 자신만의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론 박물관 같은 큰 전시공간을 꿈꾼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질 때, 그런 갈망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대부분 꿈으로 그치기 마련이다. 한 두푼 드는 일도 아니고, 입장 수입만으론 박물관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력과 더불어 남다른 열정이 있어야만 박물관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경주시 보문단지 안에 한국대중문화 박물관(K-POP MUSIUM)을 개관한 유충희(56·사진) 관장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박물관의 규모와 알찬 전시 내용이 웬만한 대중음악 마니아라도 눈이 번쩍 뜨일만하다.

 

공고 나와 주경야독 박사 딴 사업가
7080 통기타 음반 모으다 컬렉터로
한국대중음악 5만장 등 7만여점 수집
희귀 유성 음반·명가수 코너 등 즐비

 

거액의 사재 털어 첫 전문박물관
“저작권료 부담에 우리 음악 못틀어”

 

특히 한국대중음악 음반 5만여장과 자료 등 7만여점을 보유한 이 박물관은 2층 1000㎥(330평) 공간에 1930~90년대를 풍미한 명반과 희귀반 1000여점을 선별해 전시해놓았다. 한국대중음악의 효시로 꼽히는 안기영의 <내 고향을 이별하고>(1925년), 윤심덕의 <추억>(1926년) 등 유성기 시대의 역사적 희귀 음반에서부터 신중현의 데뷔 음반 <히키 신> 등 명반도 즐비하다. 또 신중현·남진·한대수·이금희 등 당대 명가수 코너를 비롯해 영화음악관을 별도로 마련해 놓아 눈길을 끈다. 2008년 가슴네트워크가 대중음악 전문가 52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도 실물 그대로 전시해놓았다.

 

3층에 올라가면 빈티지 오디오 명기들이 눈 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웨스턴 일렉트릭 미러포닉, 15·16A 등 20~40년대 미국 영화산업 초창기에 나온 극장용 오디오시스템의 명기인 웨스턴 일렉트릭 10여점을 비롯해 클랑필름 유로딘 필드 코일 스피커, 탄노이 오토그라프 스피커 등 독일과 영국의 빈티지 명기들도 볼 수 있다. 1층에는 널찍한 공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자리했다.

 

“30여년 전부터 좋아하는 음반과 빈티지 오디오를 모으다보니 어느덧 오피스텔 7채를 채우고도 넘치게 됐습니다. 그래서 3~4년 전부터 어렴풋하게나마 박물관을 세워보면 어떨까하고 구상했지요.”

 

개관 1주일째인 지난 2일 경주에서 만난 유씨는 “하루 관람객 100명 정도로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고 했다.

 

“주위에 박물관 만들겠다고 하면 백이면 백 다 반대했습니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요. 실제 한국의 박물관 매출은 연평균 3억~10억원 정도여서 대부분의 사설 박물관은 모두 적자 상태이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갤러리나 카페 정도를 차리려고 했다. 그러다 마침 매물로 나온 예식장이 그의 꿈을 현실로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원래 관광진흥법에 박물관은 카페 등 수익사업을 할 수 없게 돼 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상업지구의 휴양문화시설로 돼 있어서 1층에 카페를 만들 수 있어요. 입장료 수입만으로 부족한 박물관 운용비를 보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건물과 터 매입, 리모델링에 거액을 들였다는 그는 카페를 포함해 박물관 직원 12~13명의 한달 인건비 5천만원 정도만 확보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박물관의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중음악 평론가 최규성씨는 “정부에서도 몇차례 대중음악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으나 자금난과 콘텐츠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중단했다는 점에서 개인이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유씨는 순천공고를 나와 부산에서 갖은 고생 끝에 설계감리회사를 채려 사업가로 자리를 잡았고, 주경야독 끝에 박사학위까지 딴 입지적인 인물이다. 대부분 빈티지 오디오 애호가나 음반 수집가들의 ‘득템 목표’가 클래식 명반이나 희귀반인 데 비해 대중음악 음반에 집착해온 것도 특이한 이력이다.

 

“클래식과 팝도 좋지만 역시 가슴에 와 닿는 게 우리 대중음악이더라구요. 하는 일이 설계감리 분야라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데 우리 가요를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립니다. 처음에는 7080세대 통기타 음반을 집중적으로 모았고, 그 이후 60년대 트롯음반 등으로 그 수집폭이 넓어져갔습니다.”

 

유씨는 천상 수집가의 유전자를 타고 난 것같다. 그 자신 “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웨스턴일렉트릭 미러포닉 대형 스피커도 두 대씩나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대는 7~8년 전 미국과 일본에서 따로따로 구입해 짝을 맞췄다고 한다. 그러나 오디오 콜렉터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특정 제품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없다.

 

“미국의 웨스턴일렉트릭은 보컬과 재즈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중음역대는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렇지만 (값이 워낙 비싸) 금액대비로는 좋은 게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장르 음악을 다 소화하는 것은 아니구요. 대편성은 독일 계열 클랑필름 오디오를 따라갈 수 없고, 소편성은 영국제 탄노이가 뛰어납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2층 대중음악 전시공간에 흐르는 배경음악은 클래식이었다. 전시물에 걸맞는 대중음악을 기대하는 관람객들에게는 조금 당혹스럽다. “대중음악을 트는 게 맞습니다. 다만 저작권법에는 공익시설물도 예외없이 크기에 비례해서 저작권료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거든요.” 유 관장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경주/글·사진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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