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실련소식지] 대중음악의 100년 호흡이 살아있는 곳, 한국대중음악박물관(K POP Museum)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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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실련 소식지 여름호 (Vol.28)에 실린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기사입니다.
올 여름휴가 경주로 가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글 / 고종석(한국대중음악박물관 사무국장. 대중음악평론가)
"이 곳은 국가에서 만든 곳인가요?", "이 많은 유물과 텍스트를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리신 거죠?" 한 개인의 열정과 집념으로 지난 4월 25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관람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박물관의 위치를 서울, 경기 지역이 아닌 경주보문관광단지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이들도 있으며, 좀 더 강한 어투로 "이걸 도대체 누가 다 모은거냐?"며 따지듯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2014년 9월부터 실내 도면과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해서 올 해 초부터 7만 여 장의 음반을 바탕으로 전시물 선정과 원고, 그리고 디자인과 DB 작업이 진행되었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희귀 음반과 최초의 의미를 지니는 음반, 그리고 뮤지션들이 사용한 악기와 의상 등이 층당 330평에 이르는 2층 공간에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도, 국가와 단체의 힘을 빌리지도 않은 가운데 순수하게 개인의 투자와 의지로 완성된 곳이 바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다.
2000년대 초반 뮤직시티와 맥스MP, 푸키, 벅스 등 케임즈 계열의 불법 음원서비스사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합법적인 음원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당시의 움직임과 달리 현재의 관련 부서는 음원서비스의 배분문제 등 음악산업 전반에 걸쳐서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에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언급되었던 `음악이 공공재인 나라`라는 표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인 셈이다.
K-POP이 전세계적으로 가광을 받은 지 이미 십수 년이 지났다. K-POP은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빌보드와 아이튠즈, MTV 등에서 K-POP과 관련된 각종 차트와 채널이 운영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국가에서 그다지 큰 역할과 지원을 보여주지 못한 사이 K-POP은 자생적으로 그 우수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아 나온 셈이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설립 과정 역시 비슷한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설명이 빠를 것이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수장고에 보관되고 각 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는 모든 음반에 대해 디지털 복원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에 대한 DB작업 역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상업적 용도가 아닌 한국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언젠가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아카이빙한 음악이나 산학협력이나, 민관협력에 의해 추진될 안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역시 포함된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개관을 즈음해서 "G20국가 가운데 자국의 대중음악과 관련해서 상설 전시되는 박물관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고 미디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최규성 평론가를 위원장으로 음악 관련 교수와 평론가, 레이블, 방송 PD 등 15인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마케팅과 추가 기획전시에 대한 보강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명실공이 한국대중음악, 즉 K-POP과 관련된 모든 것이 자리하고 숨을 쉬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다. 홍대를 중심으로 하는 인디 문화와 대중에게 다소 소외받고 있는 장르인 재즈와 록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 소속 학예사와 유물 담당자들이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 그들은 `세계 그 어느 박물관보다 컨셉이 정확하며, 유물의 깊이 역시 높은 곳이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음반과 오디오의 결합이라는 측면이다. 2층이 `한국대중음악100년사`와 관련된 중점적인 전시 공간이라면, 3층 전시관은 `세계 오디오 100년사`의 희귀 스피커가 전시되고 있다. 웨스턴 일렉트릭, JBL, EV, 클랑필름, 탄노이, 자이스콘, RFT캐피탈, 암펙스 등의 음향시스템이 특정 시간대에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1층은 테라스카페와 음악카페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잔의 차와 함께 웨스턴 일렉트릭과 알텍A2, 메이어사운드, 지멘스 등의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향후에는 300평 규모의 K-POP 야외특설무대에서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일편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주요 컨셉인 `희귀`와 `최초`,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부분에 소홀한 면도 적잖게 발견된다. 이러한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즉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를 재조명하는 기획전시와 유아와 아동을 위한 음악체험공간도 지하 공간에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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